죽음의 덫은 어디에? - 연극 데스트랩

  1978년 미국 코네티컷 웨스트포드에 자리 잡은 작가의 저택이 있다. 이 작가는 한 때 유명한 극작가였던 시드니 브륄이다. 그는 호러와 서스펜스를 주로 한 작품을 써온 작가로, 그의 서재에는 한때의 영광을 증명하는 공연 포스터가 여러 군데 붙어있다. 어느 날 그의 서재로 자신의 극작가 수업을 들었던 클리포트 앤더슨이라는 이름의 학생이 <데스트랩>이라는 희곡을 보내온다. 시드니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희곡에서 발견한다. 데스트랩을 읽고 난 후부터 조금씩 내면의 광기를 드러내는 시드니. 그런 그를 바라보는 마리아는 불길함을 감추지 못한다. 급기야 시드니는 자신이 <데스트랩>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클리포트 앤더슨을 살해할 방안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마리아는 그의 이야기를 거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시드니는 자신의 서재로 클리포드를 불러내고 <데스트랩>은 발동되기 시작한다. 


연극 [데스트랩]


  연극 <데스트랩>은 무엇인가에 매료된 사람들의 광기를 보여준다. 마리아를 제외한 등장인물은 모두 자신이 <데스트랩>의 주인임을 내세워 그것을 손에 쥐고자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음모를 꾸민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데스트랩이 되어 버린다. 연극의 줄거리를 따라가자면 한 편의 짜릿한 서스펜스 드라마를 경험할거라는 기대가 충분하다. 하지만 뭐랄까 ‘트랩’은 허술하다. 깜짝 놀라는 장면은 있지만 섬뜩함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뭔가 약하다. 오히려 섬뜩함은 시드니와 클리포트 사이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지금 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로 이 공연을 보실 분들은 읽지 않은 것이 좋겠다. 


연극 [데스트랩]


  시드니와 클리포트는 서로 사랑한다. 그들 사이에 놓인 희곡 <데스트랩>은 심장이 약한 마리아를 완벽하게 죽여 버리기 위한 ‘트랩’이었다. 시드니는 클리포트를 살해하는‘척’했고, 그날 밤, 클리포트가 죽음의 문에서 살아오는 ‘척’ 했다. 죽었다고 믿은 클리포트가 다시 서재에 등장하는 순간 마리아는 심장발작을 일으켜 사망했고, 시드니와 클리포트는 서재를 둘 만의 공간으로 꾸몄다. 그 공간에서 그 둘은 다시금 ‘데스트랩’을 꾸며내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만든 완벽한 살인이 너무나 극적이기 때문에 그것을 세상 밖으로 내 놓고 싶어하는 클리포트. 그런 클리포트의 행위를 막기 위한 시드니. 시드니는 서재 밖 자신의 세상으로 나가기에는 몸도 마음도 너무나 늙은 상태다. 현재의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시드니는 아이러니하게도 클리포트를 향해 위험 가득한 데스트랩을 놓는다. 이처럼 연극은 서로를 잡기 위한 덫을 놓아두는 인물에게 치중한다. 이 연극의 진정한 데스트랩은 자신이 완벽한 트랩을 짜고 있다는 인간의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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